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는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활기차고 매력적인 여행지 중 하나다. 세계적인 고대 문명과 이슬람 문화가 도시 곳곳에 녹아 있어 여행자들은 카이로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먼저 카이로를 여행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소는 단연 ‘기자 피라미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이 고대 유적은 약 4,500년 전 건설된 것으로, 쿠푸왕의 대피라미드를 중심으로 카프라왕과 멘카우라왕의 피라미드가 나란히 위치해 있다. 거대한 석재를 수천 개나 쌓아 만든 이 피라미드들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기술력과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피라미드 앞에는 유명한 ‘스핑크스’도 자리하고 있어 여행자들의 사진 명소로 손꼽힌다.
카이로 시내로 들어서면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를 만나게 된다. ‘이슬람 카이로’라 불리는 구시가 지역은 수많은 모스크와 미나렛, 좁은 골목길이 어우러져 중세 이슬람 도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특히 ‘알 아즈하르 모스크’는 970년에 세워진 고대 이슬람 학교 겸 종교시설로, 현재까지도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교육기관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곳은 비무슬림에게도 개방되어 있으며, 돔과 아치, 아름다운 타일 장식이 인상적인 내부를 감상할 수 있다. 근처에는 ‘칸 엘 칼릴리 시장’이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중세부터 이어져온 전통 시장으로 향신료, 은세공품, 카이로식 커피잔, 이집트 기념품 등을 구경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활기 넘치는 장소다. 현지인들과 흥정하는 재미와 함께, 다양한 로컬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이집트의 삶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고대 유물에 관심이 많다면 ‘이집트 박물관’을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 이 박물관은 고대 이집트 문명의 방대한 유산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히 투탕카멘 왕의 황금 가면과 무덤에서 출토된 다양한 보물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이집트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전시들이 가득하고, 파라오 시대의 석상, 미라, 사본, 주화 등 다양한 유물이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어 박물관 투어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최근에는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GEM)’이 기자에 새롭게 건설되어 이전보다 더 현대적인 환경에서 유물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며, 박물관 자체도 하나의 건축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카이로의 또 다른 매력은 나일강에서 찾을 수 있다. 나일강은 이집트 문명의 젖줄이자, 현재도 많은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요한 자원이다. 카이로에서는 나일강 유람선을 타고 야경을 감상하거나, 전통적인 ‘펠루카’라는 돛단배를 타고 조용한 강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경험도 가능하다. 저녁이 되면 유람선 위에서는 전통 음악과 밸리댄스 공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디너 크루즈가 진행되며,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카이로 외곽으로 나가면 또 다른 고대 도시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사카라’는 기자보다 더 오래된 피라미드들이 있는 지역으로, 특히 ‘조세르 왕의 계단 피라미드’는 이집트 최초의 피라미드로 알려져 있다. 그 구조는 현대의 피라미드보다 단순하지만, 건축의 진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유산이다. 인근의 ‘메이둠’과 ‘다슈르’에는 붉은 피라미드와 굽은 피라미드가 있으며, 관광객의 발길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조용하게 유적을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특히 ‘붉은 피라미드’ 내부는 직접 걸어서 탐방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현대적인 카이로의 모습도 흥미롭다. ‘자말렉’ 지역은 예술가들과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세련된 카페, 갤러리, 부티크가 밀집해 있으며 유럽풍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이곳의 거리에는 전통 이집트 문화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져 있어 트렌디한 분위기를 즐기기에 좋다. 또 ‘카이로 타워’는 높이 187미터의 구조물로, 전망대에 오르면 나일강과 카이로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해질 무렵 방문하면 붉게 물든 도시 풍경과 함께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카이로는 종교적 다양성도 돋보이는 도시다. 이슬람교가 주를 이루지만, 기독교와 유대교 문화도 공존한다. ‘콥틱 카이로’라 불리는 지역은 이집트 정교회의 중심지로, ‘성 세르게이 교회’, ‘콥틱 박물관’, ‘유대인 회당’ 등이 함께 위치해 있다. 이곳은 예수가 유년 시절 부모와 함께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장소이기도 하며, 고대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교차한 역사적인 지역이다. 종교와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에게는 매우 인상 깊은 곳이 될 것이다.이처럼 카이로는 고대 문명의 웅장함과 생생한 일상이 어우러진 도시로, 단순한 유적지 탐방을 넘어서 사람들의 삶과 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는 여행지다. 먼 과거의 유산들이 현대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 도시에서는 하루하루가 마치 살아 있는 역사책을 넘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혼란스러우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 활기차고 낯선 거리, 그리고 따뜻한 미소의 사람들까지. 카이로는 여행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단번에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